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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을 멈출수록 커지는 이유

    생각이 많아 잠들기 어려운 날, 억지로 지우려 하지 말고 종이에 꺼내고 다음 행동 하나를 정해보세요. 연구와 공공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할 일이 많아서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거죠.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을 없애려는 것보다 종이에 꺼내고, 나중에 다룰 시간을 정하고, 다음 행동 하나만 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오늘 밤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생각을 지우려 할수록, 생각은 자꾸 돌아옵니다

    생각을 밀어내는 일이 늘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걱정이 반복되는 순간에도 같은 방식으로 버티려고 할 때 생깁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와 데이비드 자나코스는 1994년 발표한 연구에서 ‘생각을 억누르는 경향’과 반복적인 집착 사고, 불안·우울한 정서 사이의 관계를 살폈습니다. 생각을 억제하는 습관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런 어려움을 함께 보고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준 것이지, 생각을 억누르면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가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단순합니다. 머릿속에서 생각과 싸우기보다, 생각이 놓일 자리를 바깥에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잠들기 전에는 회고보다 ‘내일 할 일’을 적었습니다

    잠들기 전 메모가 도움이 된다는 말은 흔하지만, 모든 메모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2018년 Baylor University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57명을 대상으로 잠들기 전 5분간 글을 쓰게 했습니다. 한 집단은 앞으로 할 일을 적었고, 다른 집단은 이미 끝낸 일을 적었습니다. 앞으로 할 일을 적은 집단이 끝낸 일을 적은 집단보다 평균 약 9분 빨리 잠들었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핵심은 ‘오늘을 더 잘 돌아보기’가 아니었습니다. 머릿속에 남아 있던 내일의 일을 목록으로 옮겨, 기억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니 잠들기 전에는 반성문보다 다음처럼 적어보세요.

    • 내일 꼭 해야 하는 일
    • 시간이 정해진 일
    •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

    완벽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의 내가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걱정은 없애는 게 아니라, 시간을 정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걱정을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다루면 하루 종일 생각이 이어집니다. 반대로 걱정을 나중에 다룰 시간으로 옮겨두면, 지금 해야 할 일과 걱정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걱정 미루기와 계획 세우기를 함께 살핀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는 186명이 14일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걱정을 미루고 다룰 계획까지 세운 집단은 기본적인 걱정 미루기 집단보다 하루 걱정 시간이 약 15분 줄었습니다. 다만 수면이 유의하게 좋아졌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이 방법이면 잠이 반드시 잘 온다’가 아닙니다. 효과가 나타난 영역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는 태도입니다. 걱정 미루기는 만능 수면법이 아니라, 걱정이 하루 전체를 차지하지 않도록 경계를 만드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오늘 밤 해볼 수 있는 10분 정리법

    연구 결과를 일상에 옮길 때는 거창한 계획보다 반복할 수 있는 동작 하나가 낫습니다.

    1. 머릿속에 있는 일을 그대로 적습니다

    맞춤법도 순서도 필요 없습니다. ‘내일 회의’, ‘답장 못 한 메시지’, ‘괜히 걱정됨’처럼 짧게 적어도 됩니다.

    2. 두 줄로 나눕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지금은 바꿀 수 없는 것’을 나눠보세요. 두 번째 줄을 없애려 하지 말고, 지금 처리할 목록에서 잠시 내려놓는 것이 목적입니다.

    3. 다음 행동을 하나만 고릅니다

    ‘운동해야지’보다 ‘내일 아침 신발을 현관 앞에 둔다’가 실행하기 쉽습니다. 행동이 작을수록 시작 시점이 선명해집니다.

    4. if–then 문장으로 바꿉니다

    목표를 행동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if–then 계획’이 있습니다. Gollwitzer와 Sheeran의 메타분석은 94개의 독립적인 검증을 종합해, ‘어떤 상황이 오면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계획이 목표 달성에 중간에서 큰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내일 오전 9시에 책상에 앉으면, 메일 제목부터 쓴다.

    저녁 식사 후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으면, 물을 한 잔 마시고 5분 걷는다.

    계획의 핵심은 나를 몰아붙이는 문장이 아니라, 행동을 시작할 신호를 미리 정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으로도 계속 무너지면

    생각이 많은 날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질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지나치고 통제하기 어렵다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수면 문제, 집중력 저하, 피로, 긴장감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도 일반적인 정보와 정확한 진단은 구분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이 글의 방법은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많은 날의 목표는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밤 종이 한 장에 생각을 내려놓고, 내일 첫 행동 하나만 정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내일의 내가 다룰 일입니다.